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닥치게 만드는 힘.

시퀀스 오브 레코드

by miss s#.♁ 2024. 8. 26. 02:1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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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4년 4월 14일에 나는 이런 사진을 도대체 왜 찍은 걸까.

 

말하기 싫은데 말해야 할 때, 

그러니까 어떠한 의무에 의해 입구멍을 열고 

혓바닥을 움직이면서 목청에서 음파 에너지를 생성시켜야 할 때, 

나는 지금 내가 이러고 있다는 걸 다이렉트하게는 표시내지 못 히고, 

차라리 싱글싱글 웃는 표정을 짓는다. 

의식적인 건 아니다. 나 개인의 오래된 악습이겠다. 

나는 그냥 그렇게 된다. 

네가 싫어서가 아니라, 

그냥 나는 말하기 싫은 건데 행여 오해하게 만들긴 싫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. 

물론 네가 싫어서일 수도 있다. 나는 여하간 말하는 게 힘들다. 

조잘조잘 수 십 분 넘게 말하고 나면, 며칠 간 방전이 된다. 

그래도 엄연히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걸 

아예 안 하고 살 순 없기에 종종 만나서 듣고, 말하고, 듣고, 말한다. 

그게 힘들다. 말 대신 차라리 글로 교류하는 게 나는 편하다. 

엑기스만 주고 받을 수 있으니까. 

게다가 즉각 반응하지 않고 좀 숙고해볼 여유도 있으니 말이다. 

부담스럽게도 그 사람의 눈을 봐야 한다는 것. 

분위기 파악도 해야 하고, 지금 이게 구라인지 아닌지 즉각 분별해야 하고 

때에 따라선 물리적 액션도 취해야 한다는 것. 여러모로 불편하다. 

심지어 들으나마나 한 고민들, 그리고 하나마나 한 위로와 충고들이 

주가 되는 토크의 순간엔 맘 속 깊은 곳에서 

그냥 빨리 집에 가 소파에 눕고 싶다는 청원이 울려퍼진다. 

 

그러고 보면 토크쇼 MC의 가장 주된 힘은 말을 잘하는 것도, 

필요한 말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라, 

아니다 싶을 때 상대방의 말을 자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. 

헛소리 하는 사람을 닥치게 만드는 힘.

무엇보다 말하기 싫은데 말해야 해서

썩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나 자신을 닥치게 만드는 힘. 

그런 힘은 탐이 난다.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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